
소개 : 주 양육자란 결국 아이에게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부. 주연에서 조연으로 삶의 변화를 양팔 벌려 환영한다. 번갈아 육아휴직을 내고 부모 됨을 적극적으로 경험했다. 현재는 풀타임으로 일하며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육아를 하고 있다. 부부가 회사에 출근할 때 아이는 어린이집과 조부모님의 돌봄을 받는다. 각자의 일과가 끝난 후 함께 모여 단란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나란히 산책하기를 즐긴다.
우따따 독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우따따 매거진을 보고 ‘와아. 이런 서비스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신선한 자극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이 저마다 다른 것처럼 어른들의 다양한 모습과 부모가 가려운 곳을 구석구석 구석구석 긁어주는 콘텐츠가 태어나고 있어 참 다행이다 싶었어요. 저희는 온유네 가족이고요! 아빠 준영, 엄마 유나입니다.
주 양육자, 아이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
현재 가정 내에 어떤 분이 주 양육자이신가요?
유나 : 저희 부부예요. 시간으로 따진다면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데요. 육아를 해보니까 주 양육자라는 건 영향력으로 구분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 같더라고요. 부모님들이 도와주실 때도 저와 준영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주시고, 저희도 아주 사소한 것부터 같이 결정하고 있어서 육아에 대해서는 확실히 저희 부부가 주 양육자 인 것 같아요.
주 양육자에 대해 정의가 신선해요.
유나: 임신기에 주 양육자란 단어를 처음 들었어요. 누가 주 양육자가 되며, 보통 맞벌이인 경우 할머니가 주 양육자가 되고, 아이가 주 양육자에 대한 개념을 혼동하는데~ 같은.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주 양육자를 ‘함께하는 시간의 양’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준영 : 양육 시간으로 따지면 제가 장모님보다 더 짧겠지만, 저는 자신을 주 양육자라고 생각하거든요. 시간이 중요한 게 맞지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유나 : 온유는 저희 엄마가 평일 오후에 챙겨주시고, 저랑 남편이 출근 전, 퇴근 후, 주말 등 나머지 시간을 봐요. 아이를 낳고 9개월까지 제가, 15개월까지 남편이 육아휴직을 해서 아이를 키웠어요. 아무리 아기지만 엄마, 아빠와의 시간이 아이 마음에 저장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준영 님이 가끔 아이와 외박을 하신다고요.
유나 : 한두 달에 한 번씩 준영이가 온유를 데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가서 외박을 해요. 매일 아이랑 등원하다 보면, 컨디션이 안 좋거나 마음이 요동칠 때가 있잖아요. 이럴 때 감정이 폭발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장치 중의 하나가 준영이와 온유의 외박으로 만들어진 저 혼자만의 시간이에요. 게다가 준영이가 지난 1년 동안 개인적인 약속이나 야근을 마다하고 늘 저녁 7시 전에 집에 도착했어요. 그런 것들이 제게 큰 안정감을 주고요. 온유도 아는 것 같아요. 아빠를 유독 좋아해요. 주변에 육아 경험이 있는 친구들도 온유가 아빠를 진짜 좋아하는 편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준영 : 제가 온유와 처음 외박을 한 건 온유가 60일경이었어요. 정말 빨랐죠? 온유가 그만큼 참 순한 아이였어요. 유나가 산후 회복과 육아를 병행하던 시기라 큰맘 먹고 온유와 본가로 향했죠. 부모님도 온유를 오랫동안 볼 수 있으니 좋아하셨어요. 온유와 단둘이 외박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온유가 엄마를 막 찾고 보채는 일이 많지는 않더라고요. 제가 없을 때도 나를 많이 찾지 않겠구나 싶었어요. 그게 다행이면서도 섭섭했지만, 오히려 함께하는 순간에 아이에게 더 집중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주연에서 조연으로, 개인에서 가족으로
아이가 생기고 난 후 삶이 완전히 바뀐다고 하죠. 아이를 갖고 나서 생긴 개인적, 가족 단위의 변화는 무엇인가요?
유나 : 임신하고 두 번째 인생이라는 표현을 많이 했어요. 정말. 일단 시공간의 쓰임이 아예 다르잖아요. 시간이 너무 귀해지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더 뚜렷해지는 것 같아요. 귀중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해야 하니까 선택과 집중을 잘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주연에서의 삶이 조연의 삶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그리고 조연으로의 삶이 시간이 흐를수록 반가워요. 20대랑 30대 중반까지 나를 주인공으로 충분히 놀았는데 지금은 온유의 부모로서 살고 있잖아요. 반면 온유는 남이고요. 남이 내 인생에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이 새로워서 재밌고요. 나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도 공감은 가지만, 제가 수행할 미션은 더 집중해서 조연의 삶으로 가야 한다는 거예요.
준영 : 아이가 생기면서 일보다 가족으로 중심이 옮겨졌어요. 회사에 남아서 야근을 할지 말지, 이런 게 고민거리가 되지 않은 삶이에요. 가족과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나 중요하니까요. 친구 중 제게 ‘와이프 눈치를 많이 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게 아니고, 가족의 중요도가 너무나 높아져서 그런 거거든요.

준영 님은 어떻게 육아휴직을 하게 된 건가요?
유나 : 준영의 육아휴직은 오로지 준영이의 결심이었어요. 제가 뭘 딱히 설득하고 한 건 없었고요. 대신 저는 육아휴직을 못 하게 하는 회사라면, 진심으로 그만둬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준영이가 결정하는 데 있어서 불안을 제거하는 요소가 된 것 같아요. 제 일에 대해서도 ‘회사가 나의 육아를 심각하게 방해한다면? 사라져’라고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여러 상황에 대한 선택지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그만둘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하고 육아 휴직을 신청했어요. 준영이가 회사에서 처음 시도했고 이후, 두 번째 남성 육아휴직자가 등장했어요.
준영 : 임신기에 처음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그땐 막연했죠.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한 건 유나의 복직 시점이 다가와서였어요. 저는 출산의 순간을 경험한 게 육아휴직 결정에 가장 큰 도화선이 된 것 같아요. 출산하던 과정이 순탄치 않았어요.
유나는 힘주느라 눈 주변 핏줄이 다 터졌고요. 결국 유도분만을 하는데 마지막에는 아이 머리가 입구와 살짝 어긋나 있어서 방향을 맞추는데만 세 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이미 모두가 너무나 지쳐있는 상태였고 제발 이제는 제왕절개 했으면 좋겠는데, 힘이 다 빠졌으면서도 유나는 계속 자연분만으로 낳으려고 하더라구요. 그 과정에서 아내가 너무나 힘들어하고. 그걸 보는 제 마음이,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그래서 저도 너무 힘들었어요. 출산의 과정을 겪고 난 이후 육아에 대한 마인드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농담으로 친구들에게, 나는 이혼을 하더라도 내가 혼자 온유를 키울 수 있을 만큼 육아에 관여하겠다고 말했어요. 그만큼 육아에 모든 부분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거죠. 이혼을 하겠다는 건 아니고요. 그리고 생각보다 제가 아이를 잘 보더라고요. 아이가 절 많이 따르고요. 그게 또 용기가 됐어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유나 : 준영이가 <널 만나기 전 24시간>이라는 시를 썼는데*, 남자도 애를 낳을 수 있다고 느낄 정도였어요. 아마 눈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고통을 느끼며 몇 시간을 있었던 것 같아요. 애는 제가 낳지만 서도, 그걸 보는 게 엄청난 고통이라는 상상이 되더라고요. 아기를 낳는 것 만큼이요.

부모가 되기 전과 되고 난 후의 커리어 변화는 무엇인가요?
준영 : 육아휴직을 할 때, 일을 하지 않고 살아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흔히 말하는 전업주부의 역할을 하며 아이를 돌보고 살아가도 괜찮겠다고요.
유나 : 단 한 순간도 제가 엄마가 되었기 때문에 제 가능성이 축소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준 회사에 감사하고요. 사실 자신감이 있었어요. ‘내가 어떤 회사에 있어도, 일을 더 잘하면 잘했지!’라고요.
우스갯소리로 복직하고 제일 많이 했던 인사말이 ‘제가 한 인간의 엄마가 된 사람입니다'였어요. 엄마가 된다는 것은 사람을 이해하는 레벨 자체가 달라졌다는 소리거든요. 큰 관점에서 제가 훨씬 성장했기 때문에 커리어에서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보다 나부터 이 사실을 인지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원팀(One team)이 되어가는 ‘가족’
일하다 보면 육아에 충분한 시간을 쏟지 못하는 데서 오는 미안함, 일의 완성도에 대한 불안함, 내 성장에 대한 갈증 등 여러 걱정이 뒤따를 것 같아요. 이러한 마음을 어떻게 관리하나요?
유나 : 스스로 단단해지지 않으면 상황이나 사람에게서 오는 불안은 끝이 없거든요. 저는 어떤 것에 대한 단단함이 있냐면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위대한 일은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일하면 할수록 느껴요. 8억 명의 인구에 인구수가 하나 더 더해지는 일을 했고, 그 이름을 지었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키우고 있고요. 우유만 먹던 애가 밥을 먹고, 누워만 있던 애가 걸어 다니고. 하나하나 성장하는 걸 옆에서 도와주며 키워내고 있잖아요. 일상적이라 잊고 있지만, 사실 대단한 일을 하는 거예요. 리스펙이 필요한 거죠.
다만 주변에 불안도가 높은 친구가 더러 있어요. 보통은 다른 가족 구성원이 육아에 협업하지 않아 육아의 비중이 한 사람에게만 지나치게 쏠려있는 경우더라구요. 가족 구성원 전부가 육아에 대해 아주 적극적으로 협업해야 해요. 서로 잘 나눠 가지고 있어야, 한 명이 힘들어서 쓰러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도 일에서 자신감이 떨어질 때 결국 가족에게서 힘을 얻거든요. 육아가 나를 덜 지치게 하는 거죠.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다른 가족 구성원이 육아에 더 참여하게끔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준영 님과 아이를 낳기 전부터 공동육아에 관해 합의된 상태였나요?
유나 : 사전에 육아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지 않았지만, 저희 가족의 특성상 이미 논의가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무슨 말이냐면, 우리 부부는 원팀이 되어 사소한 것도 투명하게 논의하고 나누며 이야기하기 때문이에요.
가장 기본적인 것, 예를 들어 돈에 대해 아주 사소한 것부터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야기하며 생각을 맞춰나갔어요. 심지어 각자 회사에서 나온 보너스 개념의 돈도 공개해요. 크든 작든 ‘우리의 돈’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쓸지 같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제 월급에도 준영이의 지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하다 보니 서로에 대한 책임감도 더 생기게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원팀으로 움직이니 준영이가 주체적으로 선택해서 육아에 참여하고 육아휴직을 했고요.
저는 그저 웰컴하는 상황이에요. 성경에 부부가 한 몸이 된다는 말씀이 있는데, 원팀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렇게 점점 더 가족으로서 완성되어 가는 기분이 들어요.
아이 한 명당 한 달에 드는 비용은 얼마인가요?
유나 : 기본적으로 드는 비용만 100만 원대 초반이에요. 하원과 퇴근 전까지 아이를 돌봐주시는 부모님께 월급을 드리고 있어서요. 그 외에 식비, 생활비, 경조사비 구체적으로 따지면 더 많을 것 같아요. 사실 아이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평균이라는 게 없고 천차만별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준영 : 저희는 아이 물건을 많이 사지 않는 편이긴 해요. 그래도 아이를 낳기 전에 염려했던 것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오히려 시간이나 체력의 투자가 진짜 커요.

조부모님과 사회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
현재 부모님이 온유 하원 후 시간을 봐주고 계시는데요. 이렇게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는 경우, 사전에 알아두면 좋을 부분이 있을까요?
유나 : 저는 시뮬레이션을 할 때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편인데요. 친정이나 시댁에 갔을 때 낙상사고가 나면 ‘내가 부모님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화내지 않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봐요. 아이를 맡기게 되면 엄청나게 예민해지잖아요. 아주 살짝 다쳐도요. 근데 그렇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고는 사고고, 실수는 실수고요. 사고는 제가 볼 때 있을 수도 있잖아요.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는 상황이니, 온전히 맡기자 생각해요. 친구들에게도 부모님 탓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그 마음으로 맡기라고 하거든요.
또 초반에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아이를 맡겨야 해요. 처음부터 아이에 대한 철학, 예를 들어 ‘유튜브를 보여주지 말기’ 등 현실성 있는 가이드를 확실히 말씀드리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초반에 정해야 하는 이유는 나중에 바꿔 달라고 말 꺼내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죠.
이후 아이를 더 낳거나 낳지 않을 계획이 있다면, 이 선택에 영향을 준 요소는 무엇인가요?
유나 : 아이가 크는 걸 보면, 특히 돌부터 두돌까지 정말 사랑스럽고 귀여워요. 이 귀여움을 한번만 겪는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쉬워서 둘째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근데 의외로 아이를 봐주시는 부모님들이 반대하세요. 둘째를 낳는다면 온유도 못 봐주신다고 하는 상황이죠.
준영 : 맞벌이하면서 둘째를 낳는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유나 : 제 주변에서도 아이를 낳은 사람이 많지 않지만, 대부분 외동이기는 해요.

건강한 양육 환경을 위해 사회적, 제도적으로 꼭 필요한 사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유나 : 육아 관련된 직업의 월급이 진짜 높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베이비 시터, 어린이집 선생님, 유치원 선생님 등이 최저월급 수준으로 받고 있는데 여기서부터 모든 문제는 시작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니, 지금의 개발자 수준의 대우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그래야 업계 분들도 더 책임감이 생기고, 우리도 더 믿고 맡길 수 있게 될 거고요. 이렇게 사회 분위기 속에서 신뢰가 흘러야 서로를 의지하면서 살 텐데 지금은 계속 의심하고, CCTV 설치 유무를 따지고, 심지어 사건은 계속 터지고요.
준영 : 어린이집 등하원 시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인 직장인이라고 하면 9시 출근, 6시 퇴근인데, 어린이집은 보통 9시 30분 등원, 하원은 4시 이전에 하거든요. 그럼 보통의 직장인 부모는 등원도 못 시키고 하원도 못 시키는 거죠. 부모가 하나는 책임을 져야 할 텐데, 둘 중의 하나도 해결을 못 하는 게 맞벌이 부부들의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등원만을 위한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기도 하죠. 하원 이후는 또 다른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고요. 모두가 아이를 낳고 어린이집에 보낼 텐데 일이 되게 어렵게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아이에게 어떤 부모로 기억되고 싶나요?
준영 :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 싶어요. 왜냐면 제가 부모님이랑 친구 같지 않았거든요. 다른 친구들이 부모님이랑 장난치고, 뽀뽀도 하는 그런 관계가 부러웠어요. 그래서 온유를 키우면서는 뽀뽀를 정말 많이 해요. 이젠 입만 내밀어도 뽀뽀해주는 정도예요. 이런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요. 그래서 더 장난을 많이 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장난이 끊기면 친구 같지 않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될 것 같아서요.
유나 : 예전에는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거든요.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멋진 인간이 되고 싶는데 최근에 편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명확하게 들었어요. 부모가 편하면 정말 좋잖아요. 회사 동료랑 이야기하다가 엄마랑 커리어에 대해 논의한다고 말했더니 놀라시는 거예요. 엄마랑 그런 이야기를 하냐고요. 아차 싶었던 게, 엄마가 편하지 않은 사람이 있구나 싶은 거예요.
그래서 온유가 제게 마음을 편하게 늘어뜨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엄청나게 했어요. 그렇게 되려면 저 역시 온유에게 제대로 희생해야겠더라구요. 엄마가 저를 위해 엄청난 희생을 하셨거든요. 그런 희생이 ‘힘들땐 엄마에게 기대야지’와 같은 마음밭을 만들어 준 것 같아서요. 희생이라고 하면 그저 짠해 보이는데, 희생이야말로 사랑의 넥스트 레벨이 아닐까 싶어요.
온유가 스무 살에 세상 한가운데서 갈팡질팡할 때 ‘엄마한테 한번 물어볼까’ 같은 마음이 드는 편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