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 : 아동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지역아동센터장으로 회사 일에 몰두하며 이십 대를 보냈다. 지금은 다섯 아이를 양육하며 한 집안의 경영자로서 심플한 살림과 육아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들 둘, 딸 셋에게 넘치는 사랑을 주지만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 정신없는 하루임에도 기록하고 정리해서 <멋진롬 심플한 살림법>, <결혼해도 나답게 살겠습니다>, <멋진롬 0~5세 아이 놀자> 등을 집필했다. 주체적인 여성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선명하게 선례를 남긴 집안의 멋진 여성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안녕하세요. 새롬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기록하면서 살림과 육아를 하는 장새롬이라고 합니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늘 일상을 정리해서 올리시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모아 책도 내셨고요. 새롬님이 살림과 육아를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살림하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집으로 출근한다고 생각하고 업무보고 하듯이 일과를 블로그로 기록했죠. 네이버 블로그가 막 생겼을 때 시작했으니 십 년도 넘었어요. 이게 익숙해지다 보니까 기록하기 위해서 살림을 더 열심히 하게 된 것도 있어요. 최근에 쌍둥이가 태어나면서 정말 시간이 없다 보니 인스타그램을 활용해요. 잠들기 전에 정말 간단하게 오늘 있었던 일과 읽었던 책에 대해 정리해두고요. 저는 SNS에 타인이 올린 포스팅을 보기보다, 제 기록을 저장하는 용도로 씁니다.
이렇게 기록하는 패턴을 아주 오랫동안 지속했기 때문에 몸이 기억하고 있어요. 저에게는 일종의 루틴입니다.
전업주부의 다른 말, 한 집안의 경영자
아이가 생기고 난 후 삶이 완전히 바뀐다고 하죠. 작가님이 아이를 갖고 나서 생긴 개인적, 가족 단위의 변화는 무엇인가요?
저는 스스로를 다섯 아이 집의 경영자라고 말하는데요.
저한 달에 영유아 검진이며 예방접종 등 병원에 정기적으로 방문해야 하고 각자 학교, 학원, 방과 후 프로그램, 어린이집 등 스케줄도 모두 체크해야 하거든요. 아이들이 많으니까 정말 회사같이 운영돼요. 아이를 갖기 전에는 저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온 식구의 기질, 일과, 특이 사항을 꿰뚫고 있으면서 이를 바탕으로 매일 정말 계획적으로 보낸다는 점이 달라졌어요.
아이들의 성향에 맞춰 놀이를 기획하거나, 효율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운영하는 방법 등은 웬만한 직장인을 넘어서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나 현실에서는 전업주부라는 삶이 평가 절하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첫째랑 둘째가 남자아이인데요. 아이가 자랄수록 엄마는 집에 있고, 아빠는 회사로 나가서 일한다는 개념을 갖는 게 싫더라고요. 이런 생각 기저에는 전업주부를 비하하는 인식이 깔려있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전업주부의 일이 절대 쉽거나 하찮은 일이 아니라는 것, 실제로 요리 청소 등 살림을 아웃소싱했을 때 비용이 몇백만원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가정을 가꾸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늘 말해줘요.
저 스스로도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마인드 셋을 늘 가지려고 하고요.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되겠어요.
아이들이 커갈수록 더욱 느껴요. 아들이 질문 하더라고요. 엄마는 남녀가 평등하다고 가르쳤는데 왜 대통령은 남자가 더 많고 길에서 운전하는 사람들은 왜 남자가 더 많은지. 그게 문제라고 인식하고 질문하는 거예요. 저는 문제를 인식한다는 것 자체가 좋더라고요. 당연시하지 않고요. 이런 질문이 나오면 토론하듯 계속 대화를 해요.
남편분이 육아휴직을 하셨죠. 쌍둥이 중 한 명을 포대기로 업고 전투적으로 살림을 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남편이 넷째, 다섯째 쌍둥이가 태어나면서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했어요. 육아휴직 기간 동안 넷째를 온전히 맡았고요. 본인이 아이를 완전히 맡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기면서 육아가 진짜 힘들다는 것을 진실로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단순히 체력적으로 힘든 게 아니라, 아이가 나만을 의지하고 내가 이 아이를 제대로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이 엄청나거든요.
예를 들어 애가 아파도, 예전 같으면 저는 밤을 꼴딱 새우더라도 남편은 출근해야 하니까 잠을 자게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육아휴직 기간에 남편이 맡은 넷째가 자주 아팠어요. 아플 때마다 같이 병원 생활하고, 퇴원하면 케어는 등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A부터 Z까지의 일들을 전부 해본 거예요. 어느 날은 아이가 본인 때문에 아픈 것 같다고 울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당신 때문이 아니다, 아이들은 아프면서 큰다'라고 말해줬는데요. 남편이 뒤늦게 넷째를 직접 키우다 보니 이러한 어려운 점을 깨닫게 된 거죠. 그래서 남편들이 육아와 살림을 오롯이 해보는 육아휴직 경험을 꼭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분들은 육아휴직 하면 뭔가를 배우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남편도 처음엔 자격증 딸 생각을 했었는데 육아휴직 10개월 동안 집에서 아기 얼굴만 보다가 다시 출근했어요. 그게 현실이니까요.
결혼하고 아이를 키워도 ‘나’를 잃지 않는 법
<멋진롬 심플한 살림법> 중 ‘육아맘을 선택하다'라는 챕터가 있습니다. 주체적으로 전업맘이 되기를 선택했다는 데서 자부심과 자신감이 느껴졌어요. 이렇게 높은 자존감의 기저에는 어떤 경험이 있었나요?
제가 자라온 환경 때문 같아요. 부모님이 시키기보다 늘 스스로 선택하면서 실행했어요. 학창 시절 학원에서 일방적으로,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게 불편해서 학원을 싫어했어요. 반면 대학교에 와서 스스로 커리큘럼을 짜며 공부하면서 희열을 느꼈고요. 결혼하고 남편의 직장 때문에 계속 이사를 해야 하는 환경이었는데요.
짬 내서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일한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몇 년간은 살림과 육아를 몰입해서 신입사원의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배우고 익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이건 평생 가야 하는 거니까요. 그 이후에 다음 스텝을 가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전업주부를 선택한 거죠.
저는 한 명만 키워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탈탈 털리는 일이 많은데요. 새롬님은 다섯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케어하기 위해 어떻게 체력&멘탈 관리를 하시나요?
블로그 댓글에도 “저는 하나만 키워도 힘든데~”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 많아요. 그런데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모든게 처음이니까요. 저도 첫째를 키울때가 제일 두렵고 힘들었어요.
지금은 다섯을 케어해야 하다보니까 체력적으로 힘든 게 제일 커요. 그래서 일찍 자고 잘 먹어요. 하루 7~8시간은 꼭 챙겨서 자요. 6시간 이하로 자면 피곤해서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게 되더라고요. 밤에 충분히 자는 대신 낮에는 낮잠 없이 알차게 생활하죠. 깨어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해요.
그리고 세끼를 아주 잘 챙겨 먹어요. 아이들이 남긴 건 절대로 먹지 않아요.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메뉴를 만들어서 나에게 대접해요. 물론 귀찮지만요. 첫째를 키울때는 밥 한번 안해보고 결혼했기 때문에 이렇게 챙겨 먹기가 쉽지 않았지만, 살림이 익숙해지면서 가능해졌어요. 흔히들 말하는 ‘냉장고 파먹기’를 하면 새로운 식재료를 사지 않고 있는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훈련이 되더라구요. 자연스럽게 살림도 가벼워지고 음식 솜씨가 늘었어요.
마지막으로 남편이 회사가 끝나고 집으로 출근해요. 집에 오자마자 청소며 쓰레기 버리기 등 각종 살림을 함께 해주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같이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바쁘더라도 기록하는 삶을 꾸준히 이어 나가고, 여러 방면의 많은 책을 읽기도 하시는데요. 시간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시간을 체계적으로 계획해서 씁니다. 첫째를 키울 때는 살림도, 육아도 처음이라 스킬이 부족했는데 둘째를 키우면서부터는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가능해졌어요. 첫 번째 책 <심플한 살림법>을 쓰게 된 것도 제가 가정주부로서는 신입사원과 비슷하니, 살림을 빠르게 익혀야 다른 일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공부하고 실행했던 결과물이었어요.
앞으로 몇 년은 살림과 육아를 집중적으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그게 책으로 나온 거죠. 미니멀 라이프로 살면서, 살림이 손에 익숙해지고 통제 가능해지면서 살림에 쓰는 시간이 확 줄더라고요. 비슷하게 육아에 대한 가치관, 육아관을 어느 정도 정립하고 나서 육아하기 시작하니 체력적으로는 힘들어도 정신적으로는 여유로워졌어요. 특히 세상의 광고나 유혹에 흔들리지 않게 되고요.
아침에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빨래를 돌리고 아침밥하고, 아이들 다섯 명 등원 준비를 해서 모두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 보내고 나면 9시 30분이에요. 그럼 오전 11시까지는 집중해서 오전에 할 수 있는 살림을 모두 끝내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아이들 하원 전)까지는 저만의 시간을 가져요. 현재는 막둥이가 쌍둥이라 이 시간 사이에도 할 일이 생기긴 하지만요. 3시부터 아이들 잘 때까지는 온전히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아이들이 잠든 시간부터는 제 시간으로 쓰고요. 물론 정해진 시간에 살림이 끝나지 않아요. 더 하면 한도 끝도 없으니까 적당한 선에서 자를 필요가 있죠. 그래도 제시간은 꼭 지키려고 해요.
요즘 저만의 시간에는 주로 책을 읽어요. 셋째 아이를 키울 때까지는 이 시간에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실행했어요. 책방도 열고 여러 책 프로젝트도 하고요. 요즘은 쌍둥이를 키우면서 더 바빠지다 보니 일은 못 하지만 독서, 독서 모임 참석, 강연 참석 세 가지를 위주로 해요. 또 다음 스텝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요.
집필하신 책 <결혼해도 나답게 살겠습니다>에서도 ‘일도 잘하고 싶고, 육아도 잘하고 싶다면 혹은 지금 당장 일하지 못해서 조급한 마음이 생긴다면, 앞으로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보라’고 하셨죠.
각 잡고 앉아서 ‘본격적으로 생각해야지’라고 해봐야 바로 떠오르지 않아요. 살림을 하면서도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기록해두면 시간이 날 때마다 그 생각들을 좀 더 발전시킬 수 있어요. 또 다양한 방면의 책을 읽으면서 간접 경험을 확장할 수도 있죠. 그런 기록과 생각이 쌓여서 언젠가 기회가 생겼을 때 바로 분출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아이디어를 기록하고 쏟아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리더라고요. 당장 실현할 수 없고, 언제 할지 모르더라도요.
일 년에 한 번은 혼자 떠나는 여행을 꼭 하신다고요. 주로 어떤 여행을 하시는지 그리고 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준이나 늘 가보는 장소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쌍둥이를 낳은 후에는 못 갔지만 그전에는 혼자 여행을 다녔는데요. 유럽이든 동남아든 서점을 가요. 읽지도 못하지만, 물성이나 디자인을 보기 위해서요.
여행지 자체는 중요하지 않은데요. 살림하지 않고 쉬면서, 삶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제 상황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이들도 제가 여행 가는 것을 출장 간다고 생각해요. 저도 일하러 간다고 말하고요. 주부도 출장을 가고, 거기서 영감을 얻을 수 있잖아요. 삶의 한가운데서 쳇바퀴처럼 굴러가고 있으면 깨닫지 못했던 것들이 여행지로 나가면 보이더라고요. 바빠서 미뤘던 생각들을 차분히 정리해볼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살림 중에서 놓치는 것, 아이들과 관계 속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을 보게 되요.
굳이 외국이 아니더라도, 국내 여행을 가서 하룻밤이라도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게 좋은 것 같아요.

요즘 주로 참여하시는 모임은 어떤 게 있나요?
지금은 독서 모임만 하고 있어요. 그 외에 도서관이나 문화센터의 성인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해요. 저는 시간의 쌓임을 믿어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쌓다 보면 언젠가 작은 점들이 모여서 발현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보통 육아를 하다 보면 아기 엄마들끼리 모임을 많이 하거든요. 전 아기 엄마 모임보다 나랑 맞는 사람과 친구를 맺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독서 모임을 가거나 강의 프로그램을 들으러 가는 거죠. 다양한 사람을 만나러. 독서모임에서는 자신의 사고방식을 책을 매개로 천천히 공유하잖아요. 저는 외향적인 사람이 아니라 웃고 떠드는 모임보다 독서 모임처럼 책으로 맺어지는 대화가 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할머니, 고모, 엄마.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여성들
책을 좋아하는 새롬님이 꿈을 꾸는 데 영감과 도움을 주는 가장 큰 요인도 책인가요?
책은 나에게 정보를 주는 원천일 뿐이에요. 제게 영감을 주는 것은 주변의 멋진 여성이죠. 보고 자란 여자들이 다 훌륭한 사람들이에요. 할머니, 고모, 엄마 모두 삶을 주체적으로 사시는 분들이었어요. 지금 할 수 있는 일, 내가 잘하는 일을 찾아서 해냈고 살림도 잘하셨죠. 그걸 보고 자랐기 때문에 체득된 것 같아요. 할머니는 90세가 넘으셨는데도 대학을 다니시고, 젊었을 땐 남편의 뜻을 따르기보다 본인이 선택해서 공부하고 일했어요. 그 시기엔 뭇매 맞을 일이었지요. 고모 역시 60이 넘는 나이에도 몇십 년째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가고요. 저희 엄마도 전업주부이면서 점토 공예 수업을 한다던가 뜨개질 방을 운영하시거나 하면서 본인이 잘하는 걸로 돈도 별며 살림도 멋들어지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반면 집안의 남성들도 어느 하나 가부장적이지 않고요. 남녀노소 평등을 추구하는 게 몸에 익혀있는 사람들이죠. 그런 사람들 틈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영감을 받고,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삶을 살게 되었어요.
주변에 좋은 영향을 주는 멋진 어른들이 많네요.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의 현실 버전 같아요.
맞아요. 비슷하게 최은영 작가의 책 <밝은 밤> 을 보면서도 우리 할머니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보면서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죠. 저희 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분이거든요. 굉장한 영향을 줬고, 그게 육아하면서 더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 이야기만 써도 책 한 권이 될 것 같아요.
나만의 육아관으로 심플해지는 육아
새롬 님의 육아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만든 육아관이 다섯 아이에게 그대로 적용되나요? 아니면 아이마다 조금씩 다르게 적용되었나요?
1. 내 힘으로 양육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기도하자.
2. 아이는 하나님이 맡기신 보물이다.
3.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마음껏 하도록 둔다.
4. 많이 안아주기, 더 이상 내 품에 안기지 않는 때가 온다.
5. 사람들 앞에서 아이를 비난하지 않는다. (겸손과 비하는 다르다)
6. 놀이한다면서 학습과 연결하지 않는다.
7. 장난감, 책 등 과하게 주지 않는다. 물질은 부족하게, 사랑은 넘치게 키운다.
8.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고 눈을 맞추고 상호작용한다. 말만 대답하지 않는다.
9. 아이를 믿고, 스스로 하도록 하고, 아이가 선택하게 한다.
10. 흥분하지 않고 단호하게 훈계한다.
아이가 성장하는 발달 단계에 따라서, 그리고 각자의 기질에 따라서 육아관은 조금씩 바뀔 수 있지만 ‘과하게 혹은 너무 부족하게도 제공하지 않는다’와 같은 큰 기조는 변하지 않아요. 어떤 양육서에서는 무조건 책으로 육아하라고 말하는데요. 정말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는데 그런 애한테 어떻게 책으로 육아를 하겠어요.
아이들이 각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자의 기질에 맞게 육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아이 다섯을 키우면서 깨달은 것은 아이는 서로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에요.
아이 한 명당 한 달에 드는 비용은 얼마인가요?
사교육은 하나씩만 선택해서 다닐 수 있도록 했어요. 피아노를 배우거나 태권도 혹은 방과 후 교실을 다녔죠.
보습학원은 따로 다니질 않지만 공부하는 연습은 해야 하니까 집에서 문제집 푸는 훈련을 시켰어요. 아이들 총교육비로 40만 원 정도 쓰는데, 사실 우리 집은 정말 특이한 케이스예요.
대신 도서관 프로그램, 공공 기관의 방학 특강을 찾아서 아이들이 궁금한 것을 채워줘요. 은근히 좋은 프로그램이 많거든요. 저렴하거나 무료이죠.
육아를 해보니 돈을 무한대로 쓸 수도 있기도 하고, 정말 안 쓸 수도 있는 영역이더라고요. 어떤 면에서는 부모가 소비함으로써 면죄부를 얻는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공포 마케팅이 문제이기도 하고요.
육아를 하시는 분들에게 꼭 이야기하고 싶은 건 광고를 하는 사람들에게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는 거예요. 한두 권 책 읽고, 한두 명 유튜버 이야기 그대로 믿고 따라가지 말고,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취사선택을 해야 해요. 특정 교구를 안 쓰고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가 어떻게 되는 게 아니거든요.
보조 양육자인 남편과 육아관 문제로 충돌이 생기진 않나요? 새롬님 부부의 경우 어떻게 논의하나요?
남편과 육아관에 대해서 치열하게 이야기해요. 저는 논쟁이 없는 게 더 안 좋은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느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의미라서요. 어떤 가치관, 세계관을 가졌는지 부모가 서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돼요. 아이도 그 영향을 받거든요.
건강한 양육 환경을 위해 사회적, 제도적으로 꼭 필요한 사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이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공익광고가 아주 필요해요. ‘아이들은 소중하다’, ‘아이들은 실수할 수 있다.’, ‘아이들은 성장하려는 과정 안에 있다.', ‘아이들은 연약하다.’와 같이 아이들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가야죠.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세상에 어떻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나요? 이건 단순히 현금성 지원을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최근에 비행기에서 우는 아이들에게 고성을 질렀다는 뉴스(참고: "돌 된 아기 운다고…비행기서 난동 피운 승객, 경찰 조사받는다", 한겨레, 22.8.16.)와 아이들 있는 집은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댓글을 봤어요. 이런 발언은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물론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제대로 컨트롤 하지 않는 사람도 있죠.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정말 소수잖아요. 대부분의 부모는 전전긍긍하죠. 술 먹고 행패 부리는 아저씨들이 있다고 저희가 중년 남성 모두를 헐뜯는다거나 한다거나 곁에 있는 것도 싫다고 생각하면 안 되잖아요.
왜 노키즈존이 생기고, 아이들에게 고성을 지르며, 아이들을 격리하라고 말하는지 생각해 보니 요즘 사람들이 아이들을 볼 기회가 너무나 없는 것 같아요. 주변이나 가족 구성원에 아이가 있으면 아이의 발달단계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잖아요. 아이들은 우는 게 당연한 거든요. 아이니까 표현 방식이 서툴러 우는 거죠. 이런 성장 발달의 특성을 몰라서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희 첫째, 둘째가 집에서 공부하고 있으면 셋째가 짜증을 내고 쌍둥이가 막 울어요. 그럼 상식적으로 첫째랑 둘째도 짜증이나 화를 낼 것 같잖아요? 짜증내지 않아요. 설마 초등학생이 성인보다 인내심이 뛰어나거나 착해서일까요? 그게 아니라 아이들이 왜 우는지 알기 때문이에요. 지금 배고프거나 졸리고, 이러한 불편을 울음으로 표현한다는 것을. 아주 어릴때부터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봤기 때문에 이해를 하는 거죠.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우지 않는데 어떻게 아이들이 잘 자라나요? 아이 있는 집끼리 마을을 이루며 살라는 사람도 있더군요. 아이에 대한 사랑과 혐오의 간격을 더욱 키우는 일이 될 뿐이죠. 무지한 사람에겐 교육이 필요해요. 그래서 공익광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우는 것은 당연한데 그런 아이를 보면서 화를 내는 사람은 무지한 거니, 교육이 필요한 거죠. 아이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로 기억되고 싶나요?
부모님이 공치사하지 않으셨어요. 값을 바라고 사랑을 준 게 아니셨죠. 자식들에게 ‘내가 이만큼 했으니 너도 이만큼 해야지’를 절대 하지 않으셨어요. 만약 부모님이 보상을 원하셨다면 저는 부모님과 멀어졌을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이 그런 부담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아이를 키우는 것은 그저 부모 됨 도리라는 생각을 해요. 또 아이들에게 여성으로서 본보기가 되고 싶어요. 육아와 살림이 평가절하되기보다 가치 있음을 알게 하고, 아빠가 경제적인 활동을 하는 것도 엄마가 엄마의 일을 해서 가능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어요. 주부의 역할을 할 것인지 사회에서 일할 것인지는 남자건 여자건 선택의 문제임을 계속 이야기해주고 있거든요. 주부의 삶이 무조건 여성의 일이여야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그리고 여성도 뭔가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우따따 서비스에 대한 한마디나, 우따따 구독자들을 위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성 균형, 평등에 대해서 놓치고 있을 때마다 우따따를 보면서 자각하게 돼요. 우따따가 부모와 아이의 세계관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아이는 부모의 영향을 온전히 받으니까요. 그런 차원에서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계관을 주체적이고 구체적으로 만들어가는 분들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사실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