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 : 아침 6시에 출근하고 오후 3시에 퇴근하는 아빠 안톤,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엄마 타나는 유연하게 일하며 일과 육아를 직접 해내고 싶은 부부다. 오랜 연애와 결혼 생활로 육아와 가사노동을 적절하게 분배해서 집안일과 육아의 부담은 줄이고 만족도는 높혔다. 16개월 된 아들 루이, 고양이 두 마리와 오손도손 살고 있다.
안녕하세요. 타나 님, 안톤 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타나: 한국에서 사는 스웨덴인, 한국인 동갑내기 부부에요. 저는 현재 육아휴직 중이고요. 안톤과 연애와 결혼 생활을 10년 가까이 하면서 아이가 없는 딩크로 지내다가 지금은 16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딩크였는데 어떻게 아이를 갖게 되셨나요?
안톤 : 딩크로 살았던 것은 불확실성 때문이었어요. 우리의 삶은 만족스러웠고, 좋아하는 취미생활도 있었으며, 그저 행복했거든요. 그러다 나이를 먹고, 시간이 제한되어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40살 이전에 아이를 가져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됬어요. 그동안 우리가 놓치치고 있었던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했고요.
타나 : 많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재정적이나 환경적으로 완벽하게 준비하고 부모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또 이미 우리가 한 팀을 이루며 엄청 즐거운 삶을 살고 있는데, 한 명의 팀원이 더 생기면 좀 더 재밌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가족이라는 건 이유 없이 사랑을 주는 존재잖아요. 가족 구성원으로서 서로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자고 생각해서 아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유연하게 일하며 양육 부담을 줄이고 가사 노동은 나눠 효율적으로
주 양육자로서 아이와 하루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타나 : 아침 일찍 안톤이 회사에 가요. 5시에 일어나서 새벽에 출근하고요. 유연 근무를 통해 일찍 업무를 시작해요. 저는 아이와 함께 7시쯤 일어나서 아침 먹이고, 씻기고, 놀아주다가 9시 30분에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요. 저는 한두 시간 집안일을 한 후에, 공부하거나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해요. 아이는 세 시 반쯤에 하원 시키는데요.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안톤이 하원을 담당하고, 근처 공원에서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해요. 그동안 저는 저녁 준비를 해서 아이 밥을 먹이고, 안톤은 빨래하거나 쓰레기를 버리고요. 저녁엔 아이와 같이 놀고, 씻기고, 안톤이 아이를 재워요.
안톤 님은 아침에 엄청 이른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도 다른 직장보다 빠르네요.
안톤 : 일하면서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게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어요. 해외에 있는 다른 팀이나 클라이언트와 같이 일하는 경우가 많아 저녁 10시, 새벽 1시, 아침 7시에 미팅이 있는 경우도 있고요. 이러한 약속과 업무를 잘 해내면 출퇴근 시간은 문제 될 게 없어요. 대신 다른 시간에 좀 쉴 수 있죠. 유연한 만큼 자유롭게 일하고, 성과를 내야만 하죠.

집안일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나요?
타나 : 오래 같이 살다 보니까 각자 잘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이 됬는데요. 아이를 케어하면서부터는 조금 조정했어요. 저는 주로 식사를 담당하고, 남편은 아이를 재우는 것을 담당하고요. 밤에 아이가 깨서 울면 남편이 주로 달래주고요. 물론 상황에 따라 조정해서 하고요. 집안일은 나눠서 하는 편이에요.
‘주 양육자 데이’가 있다고 들었어요. 주 양육자 데이란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시나요?
타나 : 지금은 아이와 함께하는 삶이 안정되면서 딱히 주 양육자 데이를 갖지는 않는데요. 처음 육아를 시작할 때는 주 양육자 데이를 운영했어요. 한 명이 아이를 맡아 돌보면, 다른 한 명은 운동이나 일, 취미 활동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거죠. 둘이 같이 있더라도 제가 주 양육자인 날에는 제가 더 많이 신경을 쓰고요. 이렇게 정해놓으면,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게 되더라고요. 주말도 이렇게 나눠서 운영했는데요, 아이 낮잠을 중심으로 오전과 오후의 주 양육자를 나눠서 주로 육아를 담당하는 사람을 정해뒀어요.
타나 님이 회사로 복직 후 안톤 님은 유연 근무, 타나님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활용해 육아를 함께 하겠다고 말씀 주셨는데요, 예상하는 방식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타나 : 복직 전에도 대부분 저희 둘이서 아이를 봤어요. 제가 너무 힘들 때 베이비시터를 두 시간씩 세 번 정도 써본 적이 있고요. 복직 이후에는 안톤이 재택과 유연 근무 제도를 활용해 등원을 하고, 저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사용해 하원 할 예정이에요. 저는 이케아라는 회사에 다니는데,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굉장히 편하게 쓸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있어요. 또 저희 어머니가 한 시간 거리에 사시는데, 감사하게도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도와주시겠다고 하셔서 조금 도움을 받을 것 같아요.
스웨덴식 육아에서 배울 것들
안톤 님의 고향 스웨덴에서는 엄마와 아빠의 육아 분담이 어떻게 되나요? 한국에서는 엄마의 육아휴직에 비해 아빠의 육아휴직은 천천히 늘고 있는 추세예요. 그 외에는 외벌이와 전업주부 형태가 많고요.
안톤 : 스웨덴은 파트너들끼리 육아 휴직을 사용해야 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어요. 한 부모 외에는 엄마든 아빠든 꼭 90일을 써야만 해요. 앞서 말한 90일을 포함해 한 아이당 총 육아휴직 기간은 480일에요.
타나 : 우리나라는 남편이 출산휴가로 2주 정도 쉬는 게 기본인데, 사실 아이를 낳고 여성은 회복도 해야 하고 아이도 돌봐야 해서 무척이나 힘들거든요. 그런 기간 동안 함께하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라떼 파파라는 단어가 있잖아요, 이게 스웨덴에서 온 단어인데 정말 아빠들이 아이를 돌보는 모습을 어디서든 자주 볼 수 있어요. 라떼 하나씩 들고 유아차 끄는 모습이요. 실제로 스웨덴에 있는 친구 중 아빠 엄마가 양육을 분담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어요.

아이와 함께 스웨덴에 가보니 어땠나요?
스웨덴 문화 자체가 굉장히 가족중심적 이에요. 아이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요. 아이는 당연히 아플 수 있고, 소리를 좀 지를 수도 있고, 공공장소에서 울 수도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죠. 아이와 함께 스웨덴에 갔을 때 어디서든 전전긍긍하는 제 모습이 좀 부끄러웠어요. 한국에서는 아이와 외출하면 늘 전전긍긍하게 되잖아요. 어디 피해 입힐까 봐, 내가 가는 곳이 노키즈존일까 봐 눈치보고요. 거기선 왜 눈치를 보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어딜 가든 아이든 어린이든 되게 많아요. 날씨가 좋으니까 부모들도 다 밖에서 식사하고 싶잖아요. 그러니 아이들 데리고 다 나오는 거예요. 엄마 아빠도 커피 한 잔씩 마시면서 즐기고요.
분리 수면은 유럽에서 온 문화인데 타나 님과 안톤 님의 가정에서는 잘 적용하고 있고, 스웨덴은 어린이집을 18개월 이후에 보내는 편인데 루이는 비교적 일찍 어린이집에 갔는데요. 나고 자란 게 서로 다른 환경에서 비롯된 양육 방식이 충돌한 적은 없나요?
안톤 : 스웨덴은 18개월 이후에 어린이집에 보내긴 하지만, 저는 타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일을 해야만 할 수 도 있으니까요.
타나 : 충돌은 전혀 없었어요. 제가 분리 수면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빠르게 분리 수면을 연습 시켰어요. 아이가 잠귀가 예민한 편이라 이불 소리조차 신경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잠자리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됐고요. 안톤 역시 재채기 한번 크게 하지 못해서 힘들어 했거든요. 어린이집은 정해진 입소 날짜 외에는 일 년은 기다려야만 다시 순번이 돌아 오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었어요. 또 제가 좀 힘든 부분도 있었고요. 산후 우울증을 겪었거든요.
산후우울증과 현실 육아
산후 우울증이 왔었군요.
타나 : 네. 제왕절개를 해서 아이를 낳았는데 몸 회복이 정말 느렸고 그래서 더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어요. 초반에는 저를 본 친구들이 아이를 안고 있는데 웃는 게 웃는 것 같지 않다고 이야기 했거든요. 출산 후 회복도 느렸고. 이때 산후우울증이 왔던 것 같아요. 범위를 넓게 잡으면 출산 한 여성의 80%는 산후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하는데요. 당시엔 자괴감에 빠져 있었어요. ‘세상에 수십억 만 명의 어머니가 있었을 텐데, 식량이 부족해서 살기 어려운 사람들도 어떻게든 아이를 키우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같은 생각을 했어요. 자주 울었고요. 그럴때마다 안톤은 예정된 미팅을 다 취소하고 연차를 내서 아이를 대신 봐주었고요. 산후 우울증이 심할 때는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할 때도 기쁘지 않았어요.
옆에서 산후 우울증을 겪는 타나 님의 모습을 볼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안톤 : 출산 이전에 산전, 산후 우울증에 대해서도 많은 글을 읽었었고, 그래서 막상 우리에게 그런 일이 생겼을 때 크게 충격받지는 않았어요. 이건 그냥 자연스러운 거니까요. 특히 여성에게는요. 제가 읽었던 글에서는 남성 역시 산후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같이 겪어내는 것, 옆에서 지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내게 그런 일이 있더라도 타나가 나를 돌봐줬을 테고요.

한국에서 외국인/혼혈 아이로 자라는데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요?
안톤 : 딱 하나 걱정되는 건 루이가 일반적인 한국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무례할 수도 있고 혹은 아이가 다른 종류의 힘든 일을 겪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 같은 경우는 비슷한 사람으로 이뤄져있잖아요. 다양한 인종이나 특색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다문화인 경우와 비교했을때 다름에 대한 이해도가 다를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외국인처럼 보이는데 한국말을 잘하면 다들 “오, 너 외국인인데 한국말 잘한다"고 많이들 말하는데 한국인이니까 당연히 잘하는 거잖아요. 그게 여러 번 쌓이면 꽤 스트레스일 수 있다는 거죠. 클수록 아이가 안정감 있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도록 해야 할 것 같아요.
타나 : 좋은 점은 아이가 너무너무 귀여워요. 그리고 루이가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삶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질 수 있으니까요.
아이 한 명당 한 달에 드는 비용은 얼마인가요?
타나 : 먼저 출산 때 가장 많은 돈이 들었고요. 그 외에 양육 할때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기관 보육료를 제외하고는 한 달에 30~40만 원 정도 더 나가는 것 같아요. 이유식과 같은 음식, 장난감, 옷, 기저귀 같은 생필품 같은 비용이요. 아무래도 아이 물건은 사용 시기가 짧다 보니 중고 물품도 알아보면 부담을 줄 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건강한 양육 환경을 위해 한국 사회에 제도적으로 꼭 필요한 사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타나 : 스웨덴에는 아이가 아프면 쓸 수 있는 휴가 제도가 따로 있어요. 아이가 아프면 아이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 있고, 유급 휴가고요. 사실 아이가 굉장히 자주 아프거든요. 지금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아이가 아프면 대응하기가 어려운 일이 많아요. 아파서 어린이집에 못 보내는데, 부모 모두 회사를 가야되는 상황이면 난감하겠지요. 만약 개인의 연차까지 다 써버렸다면 더욱 힘든 상황이고요. 그런 상황에 있는 분을 실제로 본 적이 있어요. 아이가 아픈데 남편도 본인도 모두 출근해야 해서 이도저도 못 하는 상황에 눈물만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아이에게 어떤 부모로 기억되고 싶나요?
안톤 : 내가 언제나 널 응원하고 돕고 있다는 믿음을 주고 싶어요.
타나 : 우리 엄마 최고라는 생각이 들면 좋겠어요. 100% 신뢰할 수 있고 언제나 기댈 수 있다는 의미에서요. 아이에 대한 사랑, 미안함, 고마움을 최대한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부모님이 잔소리를 하시는게 사랑의 표현임을 알지만, 돌려 돌려 전달되는 것 같아 아쉽거든요. 자식으로써 진짜 깊은 의미를 알아차리기 힘든 적이 많았고요. 인생을 살아가는 동반자로서 솔직한 부모가 되고 싶어요.
우따따 이용자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타나 : 부모가 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예전엔 한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고 했을지라도, 지금은 그게 어려우니 부모 각자가 아이를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잖아요. 그 힘듦을 저 역시도 너무 잘 알고 있고요. 힘든 순간도 있긴 하지만 결국 지나가게 되더라고요. 좋은 순간도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안톤 : 한국에서 부모가 되면 아이들을 키울 때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점수나 학교 같은 너무 작은 것에 연연하기보다 옳은 것을 가르치고, 좀 더 큰 관점에서 바라보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