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 콘텐츠에 등장하는 역할의 의미에 대해 확인해 보세요.
역할의 사전적 정의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자기가 마땅히 하여야 할 맡은 바 직책이나 임무’. 그런데 이 역할이라는 것, 사실은 각자에게 배당된 몫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 아시나요?
사전에 채 담기지 않은 맥락을 보기 위해 다른 콘텐츠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명탐정 코난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명탐정 코난> 시리즈의 주요 미스터리 사건은 대부분 유명한 탐정을 기점으로 벌어지고, 그가 그 사건을 담당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하지만 사실 진짜 주인공은 코난이죠. 검은 조직으로부터 정체를 숨겨야 해서 유명한 탐정 몰래 사건을 대신 해결하고, 그의 조수인 척 사건 현장을 활보합니다. 여기서 코난과 유명한은 모두 ‘탐정’이라는 동일한 역할을 부여받지만, 사실상 실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열쇠는 코난에게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살짝 감이 오시나요? 역할은 사전적 정의처럼 등장인물이 수행해야 할 업무를 가리키지만, 동시에 서사 안에서 인물별로 각기 다른 비중과 영향력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콘텐츠에는 성별에 따라 그 중요도에 차이가 드러납니다.
뽀롱뽀롱 뽀로로
국내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의 경우, 총 11명인 주요 인물 중 여성이 단 2명으로 남녀 성비에서부터 극심히 차이가 나지만, 성별에 따른 서사적 중요도에도 무척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성 캐릭터 루피는 요리와 집안일을 좋아하고, 모험과 탐구를 즐기는 남성 캐릭터에 비해 수줍음이 많고 새로운 것 앞에서 머뭇대곤 합니다. 또 의자가 부러지면 스스로 수리하기보다는 듬직한 포비에게 부탁하면서 수동적인 인물로서만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패티의 경우 외모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고요.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은 역할의 중요도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놀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남성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서사적 갈등을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여성 캐릭터들은 그 옆에서 온화하게 웃고 있을 뿐이거든요.
밀레니얼 양육자들은 만화 속에 여자아이가 등장하긴 하지만 남자 주인공의 정의로움을 부각하는 장치로만 쓰이는 경우를 매우 흔하게 접해왔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건네고 싶어요. 여성 인물이 자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야기만 보고 들으며 자란다면, 아이들은 과연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