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줄 요약
‣ 이주배경 어린이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려드려요.
‣ 바라카 작은 도서관에서 이주배경 어린이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 바라카 작은 도서관 김기학 선생님이 딱따구리 양육자와 어린이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확인해 보세요.
딱따구리 구독자분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7년부터 이태원에서 이주민가정지원센터에서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기학입니다. 이주민들이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한국어와 문화교육, 출입국외국인청 관련 행정 업무 등의 일을 하며, ‘바라카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바라카 작은 도서관은 어떤 곳인가요?
‘바라카’라는 용어는 아랍어로 ‘축복(Blessing)’이라는 뜻입니다. 중동 아랍어권 영향에 있는 사람들이 민족과 종교를 초월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친근한 단어죠. 작은 도서관을 세울 당시 중동 아랍지역 출신 난민과 이주민들을 이태원에서 많이 만났기 때문에, 그 지역의 언어를 사용하여 도서관 이름을 지었습니다. 바라카 작은 도서관은 이태원 지역 아랍 문화권 중심의 이주민에게 실생활 적응, 학교생활, 지역주민과의 관계 등의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난민, 이주민 문제 중 어린이와 책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도서관을 시작하기 전 이태원 골목길에서 이주배경 아이들이 골목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말을 붙여보고 안부를 묻기도 하면서, 이 아이들이 어느 정도 소통을 위한 한국말은 하지만 책을 통해서 공부할 수 있는 ‘학습언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부모님들은 한국 생활 정착의 어려움으로 아이들의 교육에 많이 신경을 쓸 수가 없고···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이중언어 교사를 하고 있던 아내와 그런 생각을 나누면서, 본격적으로 엄마와 아이를 위한 공부방, 방과 후 학교 기능을 위한 ‘작은 도서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바라카 작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은 어떤 이유로 본국을 떠나 한국으로 이주해 오게 되었나요?
처음 만난 난민들은 ‘아랍의 봄’이라는 시민혁명으로 인해 박해를 받거나, 자국 내 종파 간 내전으로 인해 더 이상 안전하게 살 수 없어서 떠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예멘, 이집트 국적의 난민 가정이 많았죠. 이후로는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모로코 등에서 이주해 온 어린이들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이들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탈레반을 피해서, 자국 내 소수민족(로힝야족)을 탄압하는 정부를 피해서 떠나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난민 인정률이 낮다고 알고 있어요.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 한국에서 지내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난민으로 인정이 되려면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최소 3~4년, 오랜 기간 체류하며 기다려야 하죠. 그동안은 의료보험 등 각종 복지혜택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힘든 가정은 공과금과 월세 등이 밀리는 등 기본 생계가 어려워져요. 휴식과 여가를 즐기는 것, 연령에 맞는 예술과 문화 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하는 것··· 이런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난민 신청자 상태의 이주민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현재 국내 출생등록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갈 수 없는, 예멘이나 아프간 등 출신 가정 출생아들은 부모 국적지에 출생신고가 불가능하거나 어려워서 출생등록이 안 된 상태로 살아가야 하는 실정입니다.

한국은 다문화 비율이 높은 나라지만 여전히 난민, 이주배경 사람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심하잖아요. 난민, 이주배경 어린이가 한국 사회에서 받는 오해나 편견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난민이나 경제적인 목적으로 한국 사회에 들어온 사람들에 대해서, 그들의 교육과 정착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거부감을 느끼며 오해나 편견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타문화 경험이 적은 기성세대가 문화감수성이 많이 낮죠.
이태원에서는 외국인들이 많기 때문인지 어린이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친구들이나 선생님에게 크게 차별을 받는 경우는, 다행히 많지 않아요. 하지만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 경우, 학교에 외국인이 별로 없어서 친구들이 다 자기만 쳐다보거나 와서 놀리고 도망가는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기를 기대하시나요?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법 제정이 절실합니다. 불법체류나 난민 불허자일지라도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법적 보호에 외면당하지 않고 존엄한 같은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바라카도서관의 도움으로 태어나는 아이들을 보면 ‘얼굴과 피부색만 다르지, 한국 아이나 다를 바가 없는데…’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또 아이들이 정규 교육과정을 한국 아동과 동일하게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이주배경 아이들이 교육을 잘 받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이 미래 우리 사회에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바라카 작은 도서관의 계획은요?
교육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주배경 아동, 청소년들에게 효과적인 학습활동과 문화활동을 제공해서 사회에 잘 정착하고 통합되도록 돕는 일을 계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편견 없는 사회를 위해 뜻이 맞는 다양한 단체와도 계속 연대하려 합니다.
도시에서는 생활 네트워크, 교육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정비한 ‘공유학교’를 만들고, 농촌지역에는 주말농장처럼 운영할 수 있는 ‘치유농장’도 만들 계획입니다. 이주민으로서 받을 수 있는 마음의 상처나 정서적 불안을 치유농업 활동을 통해 해소할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특별히 딱따구리 양육자와 어린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나태주 시인의 ‘들꽃’이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이주배경 어린이들은 자세히, 오래 보면 우리 아이와 똑같이 특별하고 소중합니다. 이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편견과 선입견 없이 존중받을 때, 지역사회에 건강하게 정착할 겁니다. 이웃이나 길거리에 이주배경 아이들이 있다면 따뜻한 미소로 바라봐 주세요. 친절하게 말도 걸어봐 주세요. 이 아이들은 우리 사회에 ‘찾아온 미래’입니다. 넓은 마음으로 현재 필요한 교육과 복지 사각지대에 빠지지 않도록 관심으로 바라봐 주시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