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 어린이가 성고정관념을 가졌을 때 생기는 문제점을 확인해 보세요.
어린이가 보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공주의 모습은 어떤가요?
큰 눈과 높은 코, 길게 늘어뜨린 머리와 그 위를 수놓은 형형색색의 장신구
어린이가 보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공주의 모습은 대개 이렇습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데다 주변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주인공! 어린이는 이런 주인공이 되고자 ‘공주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런데, 공주가 되면 진짜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요?
'공주되기' 누구나 겪는 당연한 것으로 봐야 할까요?
공주 시기란? 👸 : ‘공주 시기’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어린이집에 갈 때든 잠을 잘 때든 공주 드레스를 찾는 시기를 일컫는 말이지요. 자매품으로는 리본과 분홍 장신구가 있습니다. 공주 이미지는 워낙 강력한 데다 또래 친구들의 영향도 커서 지금과 같은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어린이가 공주를 좋아하는 것을 막기는 어려워요.
공주의 모습을 꿈꾸는 아이들 👠 : 미디어에 주로 등장하는 공주는 무척 비현실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요. 얼굴은 아주 작은 데 눈은 매우 큽니다. 피부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닌 것처럼 하얗고 가슴과 엉덩이에 비하면 허리는 말도 안 되게 잘록하지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모습인데도 어린이는 이런 공주의 모습을 보며 공주처럼 아름다워지기를 꿈꿉니다.
지나친 집착은 ❌ : 어린이가 공주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면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린이가 단순히 드레스를 입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주로 투영되는 사회적 통념을 답습하는 과정이기 때문이에요. ‘공주 되기’를 꿈꾸는 일은 어린이가 자신의 몸을 초라하게 느끼도록 만들어요. 누구라도 공주와 비교하면 눈은 너무 작고 허리는 너무 굵으니, 공주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크면 클수록 자신의 몸이 예뻐 보이기 어렵겠지요. 이런 환경에서 어린이가 자신의 몸을 온전히 사랑하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이야기 속 공주의 내면은 어떨까요?
공주의 외면은 아주 화려하지만, 내면은 어떨까요?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는 공주 이야기를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이야기는요?
대부분 공주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왕자 🤴 : 왕자는 모험을 떠나 위기를 극복하고 마침내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주체적인 인물입니다. 반면 공주는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기 보다 멋진 왕자님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해요.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자신을 잠에서 깨워 줄 왕자를, 라푼젤은 자신을 탑에서 구해 줄 왕자를 기다렸지요. 대부분의 이야기가 이런 식이다 보니 아이들은 공주 이야기를 읽으며 수동적인 태도를 쉽게 내면화하게 됩니다.
공주와 왕자의 러브스토리가 심어주는 환상 💗 : 공주와 왕자의 러브스토리는 사랑에 대한 환상을 심어 주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야만 행복할 수 있을 것처럼,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모든 일이 다 해결될 것처럼 말이지요. 이 환상은 무척 강렬해서 다른 선택지를 보기 어렵게 만들어요. 여자와 남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거나 자라서 일정 나이가 되면 꼭 결혼해야 한다는 식으로요. 여자와 남자도 편안한 동료나 친구가 될 수 있고, 꼭 결혼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는데 말이에요.
나답게 사는 법을 배우기 어려워요 🧐 : ‘공주님 세계’에 개성이 싹을 틔울 공간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어린이는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기도 전에 공주 역할을 따라하고, 그 기준에서 벗어나면 ‘여자답지 못하다’라는 말을 듣기도 해요. 성장기는 다양한 시도를 하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탐색해 나가는 시기인데 다른 가능성이 차단당하니 ‘나답게’ 사는 법을 배우기 어렵게 되지요.
공주 시기는 한때의 소꿉놀이로 끝나지 않아요 💅 : 초등학생 정도가 되면 주변 시선을 의식하면서 더는 드레스를 찾지 않지만, 한번 내면화된 생각은 시간이 지나도 금방 사라지지 않아요. 교실에서는 “저 너무 살쪄서 밥 조금만 먹어야 돼요.” 또는 “중학교 가면 쌍수 할 거예요.”같은 말을 하는 열 살 아이를 만나곤 합니다. 고학년이 되면 체육을 잘하던 여학생들도 신체 활동을 꺼리고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 쓰느라 온종일 손에서 거울을 놓지 못하기도 해요. 어린이 마음속에 있던 공주는 사라지지 않고 아이돌로, 배우로, 때로는 SNS 스타로 바뀝니다. 공주와 유사한 또 다른 여성상을 찾고 그와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자라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첫 단추인 ‘공주 시기’를 현명하게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린이에게 진짜 주인공을 돌려주어야 합니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공주가 된 어린이는 진짜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요?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명확히 알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며 사랑받기 위해 애쓰는 사람을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린이에게 진짜 주인공을 돌려주어야 합니다. 천편일률적인 공주가 아니라 통념을 깨는 공주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분홍 드레스를 거부하고 자신을 사랑하며 사는 공주도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세요.
김시원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소속 초등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