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따따 매거진] 다양한 주 양육자의 얼굴 1편 : 파트타임 워킹맘의 남편 도움없이 혼자 양육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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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도대체 남들은 어떻게 육아를 하는 걸까?" 아이를 갖기 전부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습니다. 아이는 온 마을이 키운다던데 고군분투하며 애쓰는 것은 저만의 이야기 같았거든요. 
육아 하나만 해도 진이 빠지는데 나중에는 회사에 복직해 이를 병행한다는 게 과연 가능이나 한 건지, 커리어 단절에 대한 고민하는 것은 왜 남편은 아니고 나여야만 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막상 커리어를 포기하자니 낮이며 밤이며 심지어는 주말에도 고생해 쌓아둔 게 이렇게 한순간에 사라질 모래성이었는지 허탈해졌어요. 그렇다고 돌쟁이 아이를 아침부터 밤까지 어린이집에 맡기자니 마음 한쪽 어딘가가 불편했고요. 그래서 남들은 어떻게 육아하며 사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전업맘/전업파파, 싱글맘/싱글파파, 풀타임/파트타임 워킹 부부가 타인의 도움 없이, 혹은 베이비시터나 조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키우는 상황에서 각기 마주한 어려움과 해결책을 나누고자 합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우리 주변의 여러 주 양육자의 얼굴을 보며 양육 방식의 다양성을 되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우따따 독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1인 출판사 '문화다방'을 운영하며, 첫째 우주(9세), 둘째 하나(6세)의 엄마로서 최선을 다해 육아하는 문희정입니다.  

인터뷰이 문희정 / 소개 : '내 일은 사랑하지만 내 삶은 그보다 더 소중한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 육아 참여도가 낮은 남편과 원거리 친정, 시댁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육아하는 중이다. 주 양육자이며 동시에 1인 출판사 대표로 매주 글쓰기 수업을 열거나 글을 쓰고 매년 새 책을 만든다. 마음이 힘들 때마다 글을 썼고 일로 도망쳤다. 유동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내 일'이 있어서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버틸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누구보다 알뜰하게 시간을 써서 일하고 최선을 다해 아이들과 논다. 첫째 우주(9세), 둘째 하나(6세)를 양육하고 있다.



희정님은 어떻게 주 양육자가 되었나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자연주의 출산을 하면서 무통주사, 수술 등은 하지 않았거든요. 오로지 호흡으로 아이와 힘을 합쳐 출산했지요. 그 후엔 모유수유를 하다 보니 아이와 떨어져 있을 수 없었고요. 아이 깨면 우유 먹이고 트름 시키고 재우고, 제가 직접 다 하게 되니 처음부터 남편에게 자리를 주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때는 그걸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고요. 힘들긴 했지만 아이와 단둘의 시간이 참 소중하고 행복했죠. 또 당시에는 부모님 도움을 받기가 좀 어려웠어요. 시댁은 30~40분 거리, 친정은 2시간 거리쯤 되니까 직접 키워야 했죠. 그러니 굳이 타인의 도움을 받기보다 스스로 이 안에서 균형을 찾아가게 되었어요. 


혼자 양육을 함에도 어떻게 아이를 둘이나 낳는 결단을 하실 수 있었나요? 
어렸을 때부터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을 늘 꿈꿨어요. 아이들이랑 눈 맞으면서 뛰어노는 어른들이 그렇게 좋아 보이더라고요.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도록 회사에 취업하기보다 내 일을 하려고 일찍이 생각했고요. 사주에는 아이가 넷이라는데 남편 사주에는 아이가 없더군요. 그래서 둘이 된 것 같아요. 


남편분의 도움은 거의 없이, 아이 둘을 혼자 키우고 계시는데요. 사실 이거 너무 힘들잖아요. 

첫째 때가 기억나요. 아이가 먹성이 좋아서 한번 수유를 하면 40분씩 먹곤 했어요. 그렇게 수유를 하면서 휴대폰 메모장에 짧은 글을 계속 썼어요. 그렇게 버텼답니다. 이렇게 아이가 어릴 때는 ‘시간은 내편이다'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은 어차피 클 테니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편하겠지라고요. 지금은 애들이 좀 커서 시간을 비교적 여유롭게 쓸 수 있어요. 그나마 시간이 생기면 일로 도망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일을 하지 않는 엄마들은 어디로 도망칠까 궁금해요. 



주 양육자이자, 1인 사업자로 일하고 계신데 일을 위해서는 어떻게 시간 관리를 하고 계시나요? 

저는 책을 일 년에 한 권씩 냈어요. 내 속도에 맞춰서 일하니 병행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먹여 살릴 직원이 있다거나, 마감을 지켜야 할 회사 일이라면 내 호흡대로 일할 수 없었을 거예요. 아이가 정말 어렸을 때는 아이 패턴에 맞춰 루틴을 만들었어요. 아이 낮잠시간에 한두 시간씩, 그리고 밤 시간을 활용했죠. 새벽 두세 시까지 일하는 게 즐거움이자 낙이었어요.  

지금은 아이들이 어린이집, 초등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그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요. 4~5시간 정도 매우 집중해서 일하고요, 바쁠 때는 퇴근하는 남편과 바통 터치해서 카페로 출근해 2~3시간 더 일해요. 주말 이틀 중 하루는 온종일 아이들과 놀고 하루는 반나절 제 일을 해요. 요즘은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아서 밤에는 일하지 않아요. 한 번은 남편과 야식에 술을 한잔 하기로 해서 아이들이랑 같이 잠들면 날 깨우라고 했는데, 아무리 흔들어도 제가 일어나지 않더래요. 그만큼 체력이 약해져서 새벽 시간의 일은 포기했고 낮시간을 잘 활용하기로 했어요.  


아이들 낮잠 시간에 틈틈히 일했던 희정님  (출처 : 인터뷰이 제공) 

일반적인 회사에 소속되지 않으면서도 가족들(시댁, 친정, 아이, 남편 등)이 내 직업을 인정하고 배려하기까지 어떤 노력이 있었나요? 

남편, 아이들, 시댁, 친정 앞에서 계속 일하는 모습을 말하고 또 보여줘요. 이렇게 일을 한 지 7~8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주변 사람들에게 증명하고 있어요. 우선 집에서, 계속 말해야 해요. 예를 들어 글 쓰는 일을 한다면 돈이 되든 안되든 글을 써야 하잖아요. 저는 글쓰기 수업 학인들에게 앞으로 몇 개월 동안은 작가의 삶을 살 것이라는 것을 주변에 공표해라고 해요. 그게 시작이에요. 남편이 ‘그걸로 돈 벌어? 그걸로 책 낼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주눅 들지 마세요. 공표하지 않으면 시도 때도 없이 글을 쓰는 게 어려워요. 시간 내서 쓰는 것은 누구나 어렵거든요. 시도 때도 없이 써야 쓸 수 있어요. 

아이에게도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요. 아이들이 네 살 이후로 어린이집에 갔던지라 늘 아이들과 함께 있었어요. 그래서 정말 급할 때는 아이를 옆에 두고 일했어요. 아이 책상에 노트북을 켜놓고 아이에게 일에 대해 설명하면서요. ‘엄마는 네가 자는 시간에도 일을 하지만 정말 급할 때는 너랑 같이 있는 시간에도 일을 해야 해.”라고요. 그랬더니 첫째 아이는 제가 핸드폰을 하면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랑 같이 있을 때는 급한 일이 아니면 휴대폰도 잘 보지 않고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편이에요.

시댁에도 일거리를 가져가서 보여드려요. 제사 준비를 할 때, 제 몫의 전 부치기가 끝나면 일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주방 한편에서 노트북을 켜고 일해요. 물론 일이 잘 되진 않죠. 그러니 높은 집중력이 필요한 일보다는 간단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이메일 답하기 같은 일을 해요. 조금 여유가 있는 상황이면 일하고 온다고 말씀드리고 카페에 나가서 일해요. 일이 많지 않더라도 해요. 보여드리고 증명해야 하니까요. 어쩔 땐 새벽까지 일하기도 해요. ‘며느리가 바쁘게 자기 시간을 쪼개서 일을 하는구나.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구나.’ 라는 것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고요. 일반적인 회사를 다니지 않으니 제사는 참석을 해야겠고, 제 일도 해야 해서 생각하게 된 거예요. 그런데 효과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평소에도 자주 일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이 친구의 엄마도 ‘집에서 일한다'라고 하면 각종 모임에 저를 부르곤 해요. 일한다고 말했는데 말이죠. 동네 카페에서 일하다가 아이 친구의 엄마를 만나면 이어폰 끼고 더 열심히 타자 두드려요. 아이 어린이집 선생님들께는 제 책을 선물했어요. 사람들에게 일을 한다고 말할 때 단어 선택도 중요한데요. 단순히 ‘일이 있어서요~’보다 ‘’출장 가요’, ‘수업에 참석해요’와 같은 단어를 써서 말해요.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오는 아쉬운 점은 없나요? 

저랑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독립 출판사들이 있잖아요. 그 사람들이 빠르게 성과를 내고 성장하는 것을 볼 때가 있어요. 대부분 미혼이나 아이가 없거나, 크루가 있어 같이 일 하거나, 부부가 함께하는 출판사예요. 부럽긴 하지만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편이라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때론 ‘나에게는 우주와 하나가 있다’라고 생각하면 다 괜찮아져요. ‘너는 책을 만권 팔았지만 나는 우주가 있다.’, ‘너는 해외 북페어에서 잘 나가지만 나는 하나가 있다.’처럼요 나는 아이를 키우느라 내 시간의 대부분을 쓰고 있는 게 사실이니까. 합리화 같지만 자기 위안의 효과가 있어요. 

희정님과 첫째 우주, 둘째 하나  (출처 : 인터뷰이 제공) 



일을 할 때는 일하는 사람으로 존재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엄마라는 게 알려진다고 생각하면 프로페셔널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고요. 그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놓쳤던 게 많았어요. 

아이랑 같이 할 수 있는 건 같이 해요. 아이 동반 참석이 가능한지 확인 후에 수업을 같이 가기도 했어요. 물론 수업을 100% 집중할 수는 없죠. 그래도 못 듣는 것보단 낫잖아요. 아이 때문에 못한다고 생각하면 다 못하니까. 어떻게든 하는 거죠. 이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제가 진행했던 글쓰기 수업에 참석했던 학인 덕분이에요. 아주 어린아이와 함께 오셨는데 수업 중간에 수유를 하면서 수업을 들으시더라고요. 몰랐어요. 그분의 행동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생각해보니 저 역시 다른 사람들이 양해를 해준다면 아이 데리고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안될 것 같은 것도 아이랑 같이 한번 해보세요. 양해를 구해보고 안된다면 말고요. 저 역시 그 방법으로 다양한 수업을 다녔어요. 수업을 다 듣지 못해도, 아이 때문에 이걸 포기하지 않고 해냈다는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육아를 하다 보면 살림은 1+1처럼 따라오잖아요. 그러나 살림 역시 새로운 영역의 일이고 그 양 또한 방대한데요. 작가님은 어떻게 이 균형을 맞추시나요. 

살림은 어느 정도 포기했어요. 분리수거랑 설거지는 남편이 해요. 저는 생존에 필요한 살림만 하고요. 의도적으로 살림은 하지 않고 육아와 일을 중심으로 합니다. 모두 잘 해내는 것도 가능했어요. 그런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일과 육아에 집중하기로 했고 대신 깨끗한 집을 포기했지요. 그리고 아이들 핸드폰 하는 시간, 쉬는 시간에도 저는 절대 살림은 하지 않고 같이 책 보고 쉬어요. 아이들과 카페를 가던 도서관을 가던 나가서 집안일을 하기보다 같이 쉽니다. 


따로 또 같이 시간을 보내는 희정님과 아이들  (출처 : 인터뷰이 제공)

육아관이나 교육관 등 주요 사항은 보조 양육자와 논의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요. 이 경우 의견 수렴은 어떻게 하시나요? 

주 양육자, 보조 양육자가 의견을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인들이 하고 싶은 육아보다 아이의 기질과 성향에 맞는 것이 무엇인지 관찰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우주의 경우 좋아하는 것이 확고하고, 한번 빠지면 깊이 있게 빠져드는 스타일이에요. 우리 부부는 아이가 어렸을 때 맘껏 뛰어노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배우고 싶은 게 있는 아이에게 매일 놀이터 가라고 등 떠미는 건 방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아이의 성향에 맞춰서 학원 등을 결정합니다. 



아이 한 명당 보육기관이나 사교육에 쓰는 비용은 얼마인가요? 

우주(초등학교 2학년)의 경우 방과 후, 학원비만 따지자면 월 30~40만원 정도 들어가요.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과학 실험, 한자, 농구 학원을 다닙니다. 제가 지방에 살고 있고 주1회 가는 학원들이라 이정도인데 여기서 70~80만 원 되는 건 정말 순간이에요. 한두 개만 더 다니면 되니까요. 



건강한 양육 환경을 위해 사회적, 제도적으로 꼭 필요한 사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넉넉한 돌봄 교실이 필요합니다. 우주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임에도 불고하고 저학년 돌봄 교실이 1~2개밖에 운영되지 않아요.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지역은 정말 부족한 상황이라 돌봄 교실을 신청하려는 학부모들이 길게 줄 서서 대기하곤 했어요. 게다가 1년 단위로 추첨을 하니 올해는 방학 때도 다른 방식으로 아이와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아요.

 주변에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경력이 단절되는 주 양육자들이 많아요. 저학년 때는 점심만 먹고 집에 오니까 유치원보다 더 빨리 하교하는 거거든요. 돌봄이 공적으로 제공되지 않으면 베이비시터를 쓰거나 조부모의 손을 빌려야 하고 그도 안되면 누군가는 애를 봐야 하니까요.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로 기억되고 싶나요? 

최선을 다해 키웠다는 것. 내가 너를 내 인생의 우선순위에 두고 최선을 다해 키웠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을 것 같아요.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서 제가 아이들이랑 최선을 다해 논다는 댓글을 봤어요. 그때 제가 아이들에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헌신적인 엄마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 같긴 해요. 그러나 저는 이런 사람임을 받아들였고, 대신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라는 마음을 다스리려고 해요. 



우따따 멤버 분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려요. 

아이가 어릴 때는 내 시간이 없다는 데 조급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나를 잃어버릴 것 같다는 두려움도 생기고요. 그럴 땐 조각난 시간을 나를 위해 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두 시간짜리 영화를 3일 동안 나누어 보더라도, 한 페이지밖에 읽지 못하고 책을 덮는다고 해도 나의 기쁨을 영영 놓아버리지 마세요. 시간은 우리의 편이랍니다. 아이들은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천천히 내 곁을 떠날 거예요. 최대한 지금 아이와의 시간을 누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