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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잼민이지?” 어린이가 로블록스에서 겪는 일

키워드
#로블록스 #게임 #미디어리터러시
  • 이런 분께 추천해요.
  • 로블록스 속의 혐오 표현 때문에 아이에게 로블록스를 허락해 주기 어려운 분
  • 아이가 안전하고 바람직하게 로블록스를 하기를 바라는 분

어느 날 무심코 엿본 내 아이의 게임 화면을 보고 놀라신 적 있으신가요?  가르친 적 없는 말들을 아이가 의미도 모른 채, 친구들도 다 쓴다는 이유로 비속어와 혐오 표현을 가볍게 내뱉는 모습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는 단지 일부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많은 아이들이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게임 속 혐오 문화의 실제 모습을 살펴보고, 아이들과 함께 이를 풀어갈 교육적 방법을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그래봤자 잼민이”라는 말의 그림자

어린이들은 로블록스 안에서 ‘잼민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지면 “잼민이 주제에 게임도 못하면서 하지 마라.”라는 말을 듣고 이기면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는 잼민이 수준”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지요. 실제로 로블록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맵 중 하나는 ‘잼민이는 못하는 타워’라고 합니다. 

‘잼민이’라는 단어는 인터넷 방송의 목소리 합성 프로그램 중 남자 목소리를 내는 어린이 캐릭터의 이름이 ‘재민’이었던데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명확한 어원도, 뜻도 잘 모르지만 어린이를 배제하고 혐오하는 표현인 것을 느낌으로 이해하던 어린이들은, 반복되는 노출 속에서 점차 무감각해지고 스스로를 ‘잼민이’라 칭하기도 합니다. 

무감한 아이들의 언어는 더 큰 혐오를 향해 서슴없이 나아갑니다. “니 장애 있냐?”, “응, 니 얼굴”, “니 애미ㅋ” 같은 표현으로 이어지는 혐오의 사슬은 결국 우리의 존재 자체를 겨냥합니다. 스크린 속 단어들은 점차 일상의 언어가 되어 아이들의 입 밖으로 쉽게 흘러나옵니다. 바로 온라인에서 시작해 오프라인까지 스며드는 혐오의 확산 과정입니다. 교실 속 어린이들이 순진한 얼굴로 거침없이, 고민 없이 혐오의 말들을 쏟아낼 때, 교사로서 참 고민이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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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지만 위험한 채팅

어린이들과 대화를 하며 알게 된 점이 있습니다. 혐오 표현의 노출 빈도와 강도는 ‘채팅의 자율성’에 비례한다는 것입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하는 ‘닫힌 채팅에서 아이들의 경험은 즐거움이 주를 이루었지만, 낯선 이들과의 열린 채팅, 특히 음성 채팅일수록 혐오 발언에 대한 경험이 크게 늘었습니다.

낯선 이와 음성으로 주로 채팅을 하는 어린이들은 ‘여잼’(여자 초등학생), ‘혜지’(게임을 못하는 여자아이), ‘한남 유충’(남자 어린이 비하)과 같은 성별 갈라치기 표현을 자주 접했습니다. 또 특정 정치인을 희화화한 단어나 밈을 접하기도 했습니다. 일상에서 부정적인 젠더 감정이 없던 아이들, 정치적 감정이 없던 아이들이 혐오 문화에 익숙해지고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욕 앞에 #만 붙이면 욕할 수 있어요.”

 “욕설이 아닌 말을 #으로 가려서 대화하기 불편할 때가 많아요. 오죽하면 샵(#)블록스라고 하겠어요.” 

많은 어린이들은 로블록스의 언어 검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욕설이 제대로 차단되지 않고 그대로 보이거나, 일부만 가려지는 허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신고를 해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경험도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우리가 바른 말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안전한 대화망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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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로블록스가 유튜브처럼 이용자 기반 플랫폼이라는 데서 비롯됩니다. 수많은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모든 혐오 표현을 완벽히 필터링하긴 어려운 것이지요. 로블록스는 공식적으로 혐오 발언과 폭력적 콘텐츠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용자 간 충돌 또는 커뮤니티 내부의 갈등에 일일이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미국 기반 게임이라 한국 고유의 문화와 관련된 혐오 언어나 밈을 섬세하게 관리하기는 더욱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로블록스 문화에 우리 어른들이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며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어린이들은 부정적인 채팅 경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채팅을 원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대화를 통해 연결되고 소통하고 싶어 하는 것은 어린이들의 자연스러운 욕구이자 성장의 신호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사회 전반의 혐오 문화는 로블록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른들이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한국 디지털 문화 전반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보호 기능만큼 중요한 ‘보호자의 동행’

희망적인 점은, 교사와 부모가 어린이와 함께 로블록스에 대한 대화를 시작했을 때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KATOM의 로블록스 가이드북에 기반한 내용으로 교육을 받은 어린이들은 “부당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신고·차단하거나 방을 나간다.”라고 답했습니다. 과거에는 혐오에 맞대응하거나 무력하게 느낀다고 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잼민이’ 같은 단어를 더는 쓰지 않고 나부터 존중의 표현을 사용하며 온라인 문화를 바꾸려 한다는 고백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교육과 소통은 분명 변화를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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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린이들과 대화하며 놀란 점은 어린이들 스스로도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에 발맞춰 실제로 로블록스도 2025년에 미성년자 보호 기능을 대폭 강화하였습니다. 로블록스는 보호자가 자신의 계정과 자녀의 로블록스 계정을 연결하여 플레이 시간, 친구 목록, 채팅 권한, 접근 가능한 콘텐츠 등 주요 활동을 검토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개정에는 만 13세 미만 이용자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용자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낼 수 없는 조치가 추가 설계되었습니다. 이 제한은 보호자가 자녀 보호 설정에서만 해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술적 보호 장치도 보호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없으면 형식적인 장치에 그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보호자 계정 관리 기능만 꾸준히 활용해도 어린이들의 온라인 경험을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보호자가 아이와 대화하며 함께 울타리를 세워 준다면, 어린이들의 ‘놀 권리’ 또한 더 안전하고 풍성하게 보장될 것입니다.

온라인 놀이터와 어른의 책임

로블록스 속 혐오 문화가 우려스럽다고 해서 단순히 어린이들의 온라인 놀이터를 닫아버릴 수는 없습니다.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어린이들의 놀 권리만 빼앗기는 것이겠지요. 문제는 게임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미디어 공간의 혐오 문화에 지나치게 관대해 왔고, 어른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습니다. 

로블록스는 이제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아이들의 취미이자 소통의 장이며 삶의 일부입니다. 그 삶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곧 어린이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합니다. 어린이에게는 그 공간에 함께 들어가 문제 해결을 돕는 어른이 필요합니다. 어린이의 즐거움과 곤란함을 곁에서 지켜보며, 아이가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동반자가 필요합니다. 이것은 어린이들이 아니라 지금 우리 어른들이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글 김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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