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분께 추천해요.
- 어린이가 로벅스라는 것을 자꾸 사달라고 해서 고민이신 분
- 게임 머니를 사주는 것이 어린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하시는 분
아이들이 사달라고 조르는 로벅스(Robux)의 정체
“엄마, 로벅스 사주세요!""친구 생일 선물로 로벅스 충전 카드 사주기로 했어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면 이 말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도대체 '로벅스'가 무엇이길래 아이들이 이토록 원하는 걸까요?
로벅스는 메타버스 게임 '로블록스(Roblox)'에서만 사용되는 가상의 화폐(게임 머니)입니다. 아이들은 이 로벅스를 사용해 자신을 표현하는 아바타의 옷, 액세서리, 날개 등을 사서 꾸미거나, '입양하세요' 같은 특정 게임 맵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아이템(펫, 자동차, 집 등)을 구매합니다.
문제는 이 가상 화폐가 '실제 돈'을 통해서만 충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벤트나 프리미엄 구독 등에 따라 구매 금액이 달라지긴 하지만, 대략 $9.99로 1,000 로벅스(프리미엄 구독 시)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로블록스 내 ‘입양하세요!’의 펫을 사는 경우 보통 500~600 로벅스를 지불하는데, 이는 현재 환율로 7,000~8,000원에 달하는 돈입니다. 가상의 돈이기에 그 가치를 체감하기 어려운 아이들과, 실제 돈을 지불해야 하는 부모님 사이의 갈등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로벅스를 조르는 아이 앞에서 ‘게임 머니에 이렇게 돈을 쓰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무조건 막자니 아이와의 갈등이 깊어지거나 아이가 놀이에서 소외되지는 않을지 걱정됩니다.
로벅스가 없어 꾸미지 않은 기본 아바타로 게임을 하면 모르는 이에게 채팅으로 '거지냐?' 같은 욕설을 듣는 '아바타 차별'이 존재합니다. 돈을 길거리에 뿌리듯 로벅스를 '기부'하며 과시하는 행동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로벅스를 얻기 위해 ‘구걸’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이템 거래 시 '믿고 먼저 준다'는 '믿선'을 이용한 사기에 휘말리기도 하고, 심지어 아이들은 무료 로벅스를 얻기 위해 무의미한 점프를 반복하는 행위를 '노동'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현상은 디지털 놀이터인 로블록스에서 '로벅스'가 가진 막강한 힘을 보여줍니다. 아이들 눈에 로벅스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마법의 화폐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아이들의 디지털 세상에서는 어느 정도의 '현질'이 미디어 경험의 질을 결정하고, 나아가 친구들 사이에서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로벅스 ‘핵과금러’와 ‘무과금 유저’가 동생들에게 하는 충고
제가 가르쳤던 학생 중 로블록스를 즐겨 하던 준서와 강민이(모두 12세, 남, 가명)는 게임 이용 방식이 정반대였습니다. 준서는 자타공인 학교에서 '현질'을 가장 많이 하는 학생이었던 반면, 강민이는 철저한 '무과금 유저'였습니다. ‘무과금'은 주로 게임에서 현금 지출을 전혀 하지 않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나 방식을 의미합니다.
준서는 용돈 사용이 자유로웠고, 명절에 받은 수십만 원의 용돈도 거침없이 로벅스 구매에 사용하곤 했습니다.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준서의 형을 포함한 가족 모두가 게임을 좋아하며 "이것도 다 한때"라는 개방적인 생각을 갖고 계셨습니다. 반면 강민이는 로블록스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게임에도 돈을 써본 적이 없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할 당시, 6학년이 된 두 학생은 이미 로블록스보다 다른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었습니다. 로블록스를 하는 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핵과금러'였던 준서는 "어차피 다른 게임으로 옮겨갈 텐데, 로벅스 아이템은 환불도 안 되니 너무 많이 쓰지 마라."라는 현실적인 답을 했습니다. 뜻밖에도 '무과금 유저'였던 강민이는 "돈을 아예 안 쓰면 무시당하니까 적당히는 현질해라."라고 말했습니다. 로벅스 사용 경험은 극과 극이었지만, 결론은 같았습니다. “적당히 사용하라.”
'로벅스' 문제를 단순히 '게임 중독'이나 '과소비'의 문제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로벅스는 디지털 세상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놀이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로벅스는 우리 아이에게 '가장 현실적인 첫 경제 교육'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돈'의 가치와 '선택'의 무게를 배우는 중요한 순간이죠. 위의 준서와 강민이 사례에서처럼 로벅스 사용이 게임 안에서의 즐거운 경험과 무관하지 않으며, 이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적정선'을 고민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로벅스 현명하게 사용하기, 이렇게 지도하세요
어떻게 하면 로벅스를 현명하게 사용하도록 지도할 수 있을까요?
첫째, '왜' 갖고 싶은지 공감하며 대화해 주세요.
저학년 아이들에게 로벅스는 단순한 게임 머니가 아니라 친구들과의 '소통 언어'이자 '자기표현'의 수단입니다. 무조건 "안 돼"라고 차단하기보다, "그 아이템이 왜 갖고 싶어?", "그걸 사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라며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읽어주세요. 이러한 공감이 대화의 시작점이 됩니다.
둘째, '로벅스 용돈' 규칙을 명확히 정해 주세요.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 용돈' 제도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금액만큼의 로벅스만 충전해 주는 것입니다. 핵심은 '기다림'을 배우게 하는 것입니다. 하루 만에 다 써버렸다면 다음 용돈 날까지 기다려야 함을 분명히 알려주세요. 이 과정에서 아이는 스스로 예산을 계획하고 충동적인 소비를 조절하며, '만족 지연'을 자연스럽게 익힙니다.
셋째, '필요'와 '욕구'를 구분하는 질문을 던져주세요.
아이들은 눈앞의 화려한 아이템에 쉽게 현혹됩니다. 이때 부모님이 조력자가 되어 이야기를 나누어주세요. "이게 지금 꼭 '필요한' 아이템일까, 아니면 그냥 '갖고 싶은' 아이템일까?", "이걸 사면 얼마나 오랫동안 즐겁게 사용할 수 있을까?", "혹시 이걸 사기 위해 더 갖고 싶었던 다른 아이템을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닐까?"이런 질문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기회비용'을 생각하고, '가치 판단'을 훈련하게 됩니다.
넷째, '공짜 로벅스'의 유혹을 경고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해 주세요.
"무료 로벅스 증정!",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10,000 로벅스!"같은 자극적인 문구는 어른도 속기 쉽습니다. 아이들에게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점과, 이런 사이트들이 계정을 훔쳐 가려는 사기임을 단호하게 알려주세요. 또한, 지난번에도 언급된 '부모 계정 설정'을 통해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부모님의 스마트폰이나 PC에 자녀의 로블록스 계정을 연동해 두되, 결제 시에는 반드시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2단계 인증'이나 '결제 잠금'을 설정해 두세요. 아이의 충동적인 결제와 해킹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로벅스, 막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로블록스라는 가상 세계는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마주할 미래 사회의 축소판일지 모릅니다. 로벅스는 단순한 게임 머니가 아니라, 아이가 디지털 세상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또래와 어울리는 하나의 도구입니다. 로벅스를 무조건 통제하고 금지하는 것은 아이가 미디어 안에서 즐거움을 누리는 경험과 경제적 주체로 성장할 기회를 모두 차단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로벅스 사주세요!'라는 아이의 요구를 갈등의 시작이 아닌, '현명한 경제 교육의 시작'으로 삼아보세요. 아이와 함께 고민하고, 규칙을 정하고, 선택을 존중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디지털 세상에서 스스로를 조절하며 현명하게 즐기는 법과 더불어, 게임 아이템보다 훨씬 더 값진 '현명한 경제관념'을 함께 얻게 될 것입니다.
(글 서용리)
















